재단법인 교육의봄은 2022년 3월 29일부터 교육의 변화를 이끌 ‘좋은 채용 기업’을 찾는 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는 역량 중심 채용은 한국의 입시 중심의 경쟁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가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기업은 AI 기반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입니다. 광고를 보는 이용자에게도 혜택(포인트)이 돌아가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인데요. 월 이용자가 2,000만 명 이상, 누적 이용자는 무려 7,000만 명에 이르는 업계 1위의 기업입니다. 버즈빌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워라밸 실천 우수기업’에 4회 선정될 정도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기도 합니다. 기업문화만 좋은 게 아니고, 채용에서도 학벌을 반영하지 않는 좋은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6월 2일, 교육의봄 세미나실에서 송인수 공동대표와 버즈빌의 강정욱 HR 총괄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링보다는 교육 쪽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세일즈 역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세일즈 쪽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아이들이나 대학생, 어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육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되었고 3년 정도 프리랜서처럼 활동했었고요. 그러다가 한 기업에서 교육담당자로 제안받아 근무하다가 버즈빌로 이직해서 현재 4년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이력을 쌓아오신 것 같아요. 그 과정은 의미가 있나요?
일반적이지는 않은 커리어인데요. 저는 스스로는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움이 있었어요. 다양한 곳에서 일하면서 직무가 확확 전환되다 보니 모든 상황이 저에겐 도전적이었거든요. 저는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학습과 적응력이 매우 빨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상황이든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약간 이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최근 중요한 게 적응력, 학습 능력 등인데, 그런 능력을 배운 지난 10년의 커리어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Q. 저희 단체 후원자이시기도 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후원에 참여하셨는지요?
음...저도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하하). 어느 날부터 교육의봄에서 보내는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던 것 같은데요. 꾸준히 발송되다 보니 한번 보게 되었는데 취지가 아주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교육의봄의 취지에 더 공감하게 된 것 같고요. 아주 문제의 근원으로 접근해 가는 사회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그렇군요. 버즈빌이라는 회사가 저에게도 그렇지만 저희 구독자들에게도 조금 생소할 듯한데요. 회사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B2B 기업이어서 조금 생소할 수 있어요. 버즈빌은 AI 기반의 리워드 광고 플랫폼인데, 쉽게 포인트로 설명해 드릴게요. ‘OK캐시백’이나 ‘L포인트’, 해피포인트 등 요즘 포인트 많이 쓰잖아요. 저희는 국내 대부분의 포인트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이용자들이 앱을 열어 광고를 보면 포인트가 쌓이게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용자에게도 혜택을 드리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포인트 회사에서 내보내는 광고는 저희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월 이용자만 2,000만 명 정도 되고요.
Q. 저희가 조사해보니, 버즈빌은 기업문화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청년 친화 강소기업 등에 여러 차례 선정되기도 했고요. 좋은 기업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초기에 사업이 아주 잘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대표님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셨대요. 그런데, 실리콘밸리가 워낙 경쟁이 심하잖아요. 비즈니스가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어요. 이때 회사가 망할뻔했다고 합니다. 주력팀이 해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한국 비즈니스도 타격이 컸고, 핵심 인재들이 퇴사하고.
그 일로 대표님께서 반성을 많이 하셨다고 해요. 저희는 버즈빌의 구성원을 버즈빌리언이라고 부르는데요. 버즈빌리언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신 거죠. 그때부터 주말마다 모여 버즈빌리언은 누구이고, 어떻게 사람을 채용해야 하고,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정립해서 ‘컬쳐북’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조직문화가 빛을 발하는 건 위기 때인 것 같아요. 조직이 어려워질 때, 조직문화가 단단히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쉽게 이탈해버려요. ‘내가 왜 힘든 이 시간을 버텨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내가 받은 긍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여기를 지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번 코로나 때도 조금 위기가 있었지만, 그런 위기들을 저희의 기업문화로 극복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Q. 버즈빌은 학벌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채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채용을 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우선 저희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회사들과 큰 차이는 없는데요. 첫 번째는 서류 단계이고, 그다음에 1, 2차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1차에서는 주로 직무에 대한 적합성(Job Fit)을 보고, 2차 때는 CEO나 HR 담당자가 참여해서 조직문화 적합(Culture Fit)성을 보고요. 그리고 나면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해서 함께 일했던 분들의 의견을 듣고, 그 후에 채용하게 됩니다.
사실, 저희가 서류에서 블라인드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서류 자체는 완전히 자율이에요. 학력을 빼고 싶다고 하면 빼서 제출해도 되고 넣고 싶으면 넣어도 상관이 없는 게, 저희가 학벌을 평가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다른 기업들이 보통 하는 것처럼 저희도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거기에서 실력이 좋으면 면접으로 넘어가게 돼요. 비 개발자들의 경우는 실력 확인을 위해서 직무와 관련된 과제를 드리고 있어요. 짧으면 하루, 어떤 경우는 인터뷰 2~3일 전에 드린 적도 있고요. 지원자들이 그 과제에 대해 1차 면접에서 발표하시고, 실질적인 직무 수행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자들이 확인합니다.
학벌을 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직무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을 알려주지는 않잖아요. 보통 현업을 통해 실무 능력을 쌓는 것이고, 저희도 그러한 사례를 물어가면서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고 있고요.
"유명 대학원생보다
코딩 잘하는 특성화고 학생을 채용, 결과는 대만족!"
Q. 서류가 자율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에서 학벌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지원자가 학벌을 나타내려고 쓰게 되면 평가자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채용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만일 학교를 반영한다고 하면, 학교 랭킹이 높은 분들이 1차 면접에 더 많이 통과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입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상징적인 하나의 사례가 있었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서류를 보니 유명 대학원 석사를 나온 분이 있었어요. 누가 봐도 뛰어났던 분이었고요. 다른 분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었어요. 두 분이 코딩 테스트를 봤는데, 둘 중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분이 합격했습니다. 현재 3년이 되었는데 아주 열심히 일하고 계시고,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계세요.
Q. 놀랍네요. 그럼 그렇게 채용을 한 후 입사하신 분들의 학력이나 출신학교 분포는 어떻게 결과가 나오던가요?
아무래도 대졸자가 많은 편이고요. 저희는 개발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개발자의 일부는 전문 연구 요원이라고 해서 병역특례로 일하는 석사 이상이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하지만, SKY를 비롯해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더 많은 건 아니에요. 제가 볼 때 대학교 자체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요.
Q. 지금과 같은 버즈빌의 채용방식이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들도 할 수 있는 채용방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런 방식이 앞으로 어느 정도 확산이 가능할까요?
사전 과제를 받고 직무 인터뷰를 하는 직무 중심 방식이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아주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기업에서는 얼마나 보편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존에 많은 대기업은 ‘조직 몰입도’에 큰 방점을 두고 사람을 뽑았던 것 같아요. 즉 조직에 대한 관심을 더 강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삼성맨처럼, 일반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에서 교육하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직무에 대한 고민보다 어떤 회사에 가야 할지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스타트업은 조직 몰입도보다 ‘직무 몰입도’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직도 매우 잦아졌고요. 조직에서 나를 케어해준다는 생각보다, ‘이 조직이 성장하는데 나도 기여할 테니, 나도 같이 성장하자’ 이런 마인드가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마켓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함께 일했던 사람만큼 강력한 평판이 없거든요. ‘나 그 사람과 같이 일해봤는데, 어땠어’라든지. 그래서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좋은 평판이 쌓이면 이직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선한 영향력이 진짜 성장 밑거름"
Q. 그렇다면 스타트업으로서 버즈빌이 강조하는 역량은 어떤 것인지요?
저희는 버즈빌의 핵심 가치를 구성원들이 늘 상기하도록 책상 앞에 메모지 형태로 만들어 나누어드리고 있는데요. “자율, 소통, 성장, 고객 중심”이라는 4가지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는 이 키워드만을 강조했는데, 핵심 가치를 위한 워크샵을 하고 난 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장을 다듬었어요.
‘자율’은 책임에 기반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인재상을 설정했어요. 즉 자율에는 책임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소통’이라는 키워드에는 존중과 용기라는 목록을 가져왔어요. 소통에서 누군가를 존중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칫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갈등을 회피해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존중에 더해 용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인데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에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조직과 동료에게 긍정적 영향을 키워나간다를 추가했어요. 즉, 성장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핵심 인재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내가 배운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그 사람을 성장을 도울 때 우리는 진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고객 중심’입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Q.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초중고 학교와 가정에서 어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렵죠. 이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한 편이긴 한데요. 저는 육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육아에서 특히 중요한 활동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놀이하는 모습을 잘 보면, 아이들은 “우리 이거 하자”라고 다른 아이들을 설득해요. 그런데 놀이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너 이렇게 하면 안 돼”하고 제재하기도 해요. 또 놀이를 아이들이 개선합니다. “아,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없을까?” 생각해서 자기들끼리 룰을 바꿔요. 이런 과정에서 게임이 진화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잘 노는 것만 배워도 아주 파워풀한 역량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가장 핫(HOT)한 포지션 중 하나가 PM(Product Manager)이나 PO(Product Owner)거든요. 이 포지션의 경우 다른 어떤 능력보다 오너십(주인의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개발자 중에서도 이런 오너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어디서든 인정받고 있어요. 이런 능력은 사실 직무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몰입도 있게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 저런 아이들이 나중에 일도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응시가 존재를 조각한다는 말이 있어요.
아이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거죠."
Q. 그런데 이런 놀이 단계를 지나면,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를 지나면서 입시 경쟁 교육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기 마련이에요. 버즈빌이 강조하는 그러한 핵심 가치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쉽지 않은데요. 저희 회사 예를 조금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일하고 계신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한 분 계시는 데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탁월하세요. 궁금하죠. ‘어떻게 교육받아왔냐’ 물어보니, 중학교까지는 정말 많이 놀았다고 해요. 대신 교육의 주도권을 본인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관심사대로 무언가를 시도해왔다는 거예요. 디자인에 관심이 생긴 건 중학교 이후인데 그 관심사대로 부모들은 도와줬다고 해요. 결국 부모들이 교육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 스스로가 리드하고 부모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케이스로 좀 전에 말씀드린 그 특성화고 출신 개발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고 수학에 관심이 많았데요. 중학교 때는 다른 공부는 관심이 없었고, 수학이 재밌어서 그것만 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특성화 고등학교를 갔는데 코딩을 보는 순간 ‘아, 이게 수학이랑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데요.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밌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코세라(Coursera)라든가 국내외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를 물어서 혼자 공부했다고 해요.
이처럼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공부하는 힘만 기른다면, 저는 누구든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인데요. 총괄님이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과정을 보면 순간순간을 즐기고 돌파해가면서 현재에 이른 것으로 보이거든요. 혹시 그런 과정에서 부모님이 끼친 영향이 있으셨나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재촉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제가 저희 부모님이라면 저를 보며 참 답답했을 것 같은데요 (하하). 특히 20대 때는 뭐랄까... 저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있었던 거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안 하고 한량처럼 다니고. 외국에 나가 1년 워킹 홀리데이도 다녀오고. 그리고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조금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으셨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 중에 ‘응시가 존재를 조각한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님이 자신의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곤 하죠. 불안한 눈빛을 받는 것과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다른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기업은 AI 기반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입니다. 광고를 보는 이용자에게도 혜택(포인트)이 돌아가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인데요. 월 이용자가 2,000만 명 이상, 누적 이용자는 무려 7,000만 명에 이르는 업계 1위의 기업입니다. 버즈빌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워라밸 실천 우수기업’에 4회 선정될 정도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기도 합니다. 기업문화만 좋은 게 아니고, 채용에서도 학벌을 반영하지 않는 좋은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6월 2일, 교육의봄 세미나실에서 송인수 공동대표와 버즈빌의 강정욱 HR 총괄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링보다는 교육 쪽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세일즈 역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세일즈 쪽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아이들이나 대학생, 어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육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되었고 3년 정도 프리랜서처럼 활동했었고요. 그러다가 한 기업에서 교육담당자로 제안받아 근무하다가 버즈빌로 이직해서 현재 4년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이력을 쌓아오신 것 같아요. 그 과정은 의미가 있나요?
일반적이지는 않은 커리어인데요. 저는 스스로는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움이 있었어요. 다양한 곳에서 일하면서 직무가 확확 전환되다 보니 모든 상황이 저에겐 도전적이었거든요. 저는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학습과 적응력이 매우 빨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상황이든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약간 이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최근 중요한 게 적응력, 학습 능력 등인데, 그런 능력을 배운 지난 10년의 커리어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Q. 저희 단체 후원자이시기도 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후원에 참여하셨는지요?
음...저도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하하). 어느 날부터 교육의봄에서 보내는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던 것 같은데요. 꾸준히 발송되다 보니 한번 보게 되었는데 취지가 아주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교육의봄의 취지에 더 공감하게 된 것 같고요. 아주 문제의 근원으로 접근해 가는 사회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그렇군요. 버즈빌이라는 회사가 저에게도 그렇지만 저희 구독자들에게도 조금 생소할 듯한데요. 회사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B2B 기업이어서 조금 생소할 수 있어요. 버즈빌은 AI 기반의 리워드 광고 플랫폼인데, 쉽게 포인트로 설명해 드릴게요. ‘OK캐시백’이나 ‘L포인트’, 해피포인트 등 요즘 포인트 많이 쓰잖아요. 저희는 국내 대부분의 포인트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이용자들이 앱을 열어 광고를 보면 포인트가 쌓이게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용자에게도 혜택을 드리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포인트 회사에서 내보내는 광고는 저희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월 이용자만 2,000만 명 정도 되고요.
Q. 저희가 조사해보니, 버즈빌은 기업문화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청년 친화 강소기업 등에 여러 차례 선정되기도 했고요. 좋은 기업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초기에 사업이 아주 잘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대표님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셨대요. 그런데, 실리콘밸리가 워낙 경쟁이 심하잖아요. 비즈니스가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어요. 이때 회사가 망할뻔했다고 합니다. 주력팀이 해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한국 비즈니스도 타격이 컸고, 핵심 인재들이 퇴사하고.
그 일로 대표님께서 반성을 많이 하셨다고 해요. 저희는 버즈빌의 구성원을 버즈빌리언이라고 부르는데요. 버즈빌리언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신 거죠. 그때부터 주말마다 모여 버즈빌리언은 누구이고, 어떻게 사람을 채용해야 하고,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정립해서 ‘컬쳐북’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조직문화가 빛을 발하는 건 위기 때인 것 같아요. 조직이 어려워질 때, 조직문화가 단단히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쉽게 이탈해버려요. ‘내가 왜 힘든 이 시간을 버텨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내가 받은 긍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여기를 지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번 코로나 때도 조금 위기가 있었지만, 그런 위기들을 저희의 기업문화로 극복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Q. 버즈빌은 학벌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채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채용을 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우선 저희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회사들과 큰 차이는 없는데요. 첫 번째는 서류 단계이고, 그다음에 1, 2차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1차에서는 주로 직무에 대한 적합성(Job Fit)을 보고, 2차 때는 CEO나 HR 담당자가 참여해서 조직문화 적합(Culture Fit)성을 보고요. 그리고 나면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해서 함께 일했던 분들의 의견을 듣고, 그 후에 채용하게 됩니다.
사실, 저희가 서류에서 블라인드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서류 자체는 완전히 자율이에요. 학력을 빼고 싶다고 하면 빼서 제출해도 되고 넣고 싶으면 넣어도 상관이 없는 게, 저희가 학벌을 평가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다른 기업들이 보통 하는 것처럼 저희도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거기에서 실력이 좋으면 면접으로 넘어가게 돼요. 비 개발자들의 경우는 실력 확인을 위해서 직무와 관련된 과제를 드리고 있어요. 짧으면 하루, 어떤 경우는 인터뷰 2~3일 전에 드린 적도 있고요. 지원자들이 그 과제에 대해 1차 면접에서 발표하시고, 실질적인 직무 수행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자들이 확인합니다.
학벌을 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직무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을 알려주지는 않잖아요. 보통 현업을 통해 실무 능력을 쌓는 것이고, 저희도 그러한 사례를 물어가면서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고 있고요.
"유명 대학원생보다
코딩 잘하는 특성화고 학생을 채용, 결과는 대만족!"
Q. 서류가 자율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에서 학벌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지원자가 학벌을 나타내려고 쓰게 되면 평가자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채용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만일 학교를 반영한다고 하면, 학교 랭킹이 높은 분들이 1차 면접에 더 많이 통과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입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상징적인 하나의 사례가 있었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서류를 보니 유명 대학원 석사를 나온 분이 있었어요. 누가 봐도 뛰어났던 분이었고요. 다른 분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이었어요. 두 분이 코딩 테스트를 봤는데, 둘 중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분이 합격했습니다. 현재 3년이 되었는데 아주 열심히 일하고 계시고,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계세요.
Q. 놀랍네요. 그럼 그렇게 채용을 한 후 입사하신 분들의 학력이나 출신학교 분포는 어떻게 결과가 나오던가요?
아무래도 대졸자가 많은 편이고요. 저희는 개발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개발자의 일부는 전문 연구 요원이라고 해서 병역특례로 일하는 석사 이상이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하지만, SKY를 비롯해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더 많은 건 아니에요. 제가 볼 때 대학교 자체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요.
Q. 지금과 같은 버즈빌의 채용방식이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들도 할 수 있는 채용방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런 방식이 앞으로 어느 정도 확산이 가능할까요?
사전 과제를 받고 직무 인터뷰를 하는 직무 중심 방식이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아주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기업에서는 얼마나 보편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존에 많은 대기업은 ‘조직 몰입도’에 큰 방점을 두고 사람을 뽑았던 것 같아요. 즉 조직에 대한 관심을 더 강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삼성맨처럼, 일반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에서 교육하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직무에 대한 고민보다 어떤 회사에 가야 할지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스타트업은 조직 몰입도보다 ‘직무 몰입도’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직도 매우 잦아졌고요. 조직에서 나를 케어해준다는 생각보다, ‘이 조직이 성장하는데 나도 기여할 테니, 나도 같이 성장하자’ 이런 마인드가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마켓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함께 일했던 사람만큼 강력한 평판이 없거든요. ‘나 그 사람과 같이 일해봤는데, 어땠어’라든지. 그래서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좋은 평판이 쌓이면 이직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선한 영향력이 진짜 성장 밑거름"
Q. 그렇다면 스타트업으로서 버즈빌이 강조하는 역량은 어떤 것인지요?
저희는 버즈빌의 핵심 가치를 구성원들이 늘 상기하도록 책상 앞에 메모지 형태로 만들어 나누어드리고 있는데요. “자율, 소통, 성장, 고객 중심”이라는 4가지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는 이 키워드만을 강조했는데, 핵심 가치를 위한 워크샵을 하고 난 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장을 다듬었어요.
‘자율’은 책임에 기반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인재상을 설정했어요. 즉 자율에는 책임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소통’이라는 키워드에는 존중과 용기라는 목록을 가져왔어요. 소통에서 누군가를 존중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칫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갈등을 회피해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존중에 더해 용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인데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에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조직과 동료에게 긍정적 영향을 키워나간다를 추가했어요. 즉, 성장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핵심 인재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내가 배운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그 사람을 성장을 도울 때 우리는 진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고객 중심’입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Q.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초중고 학교와 가정에서 어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렵죠. 이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한 편이긴 한데요. 저는 육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육아에서 특히 중요한 활동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놀이하는 모습을 잘 보면, 아이들은 “우리 이거 하자”라고 다른 아이들을 설득해요. 그런데 놀이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너 이렇게 하면 안 돼”하고 제재하기도 해요. 또 놀이를 아이들이 개선합니다. “아,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없을까?” 생각해서 자기들끼리 룰을 바꿔요. 이런 과정에서 게임이 진화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잘 노는 것만 배워도 아주 파워풀한 역량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가장 핫(HOT)한 포지션 중 하나가 PM(Product Manager)이나 PO(Product Owner)거든요. 이 포지션의 경우 다른 어떤 능력보다 오너십(주인의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개발자 중에서도 이런 오너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어디서든 인정받고 있어요. 이런 능력은 사실 직무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몰입도 있게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 저런 아이들이 나중에 일도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응시가 존재를 조각한다는 말이 있어요.
아이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거죠."
Q. 그런데 이런 놀이 단계를 지나면,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를 지나면서 입시 경쟁 교육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기 마련이에요. 버즈빌이 강조하는 그러한 핵심 가치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쉽지 않은데요. 저희 회사 예를 조금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일하고 계신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한 분 계시는 데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탁월하세요. 궁금하죠. ‘어떻게 교육받아왔냐’ 물어보니, 중학교까지는 정말 많이 놀았다고 해요. 대신 교육의 주도권을 본인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관심사대로 무언가를 시도해왔다는 거예요. 디자인에 관심이 생긴 건 중학교 이후인데 그 관심사대로 부모들은 도와줬다고 해요. 결국 부모들이 교육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 스스로가 리드하고 부모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케이스로 좀 전에 말씀드린 그 특성화고 출신 개발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고 수학에 관심이 많았데요. 중학교 때는 다른 공부는 관심이 없었고, 수학이 재밌어서 그것만 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특성화 고등학교를 갔는데 코딩을 보는 순간 ‘아, 이게 수학이랑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데요.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밌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코세라(Coursera)라든가 국내외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를 물어서 혼자 공부했다고 해요.
이처럼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공부하는 힘만 기른다면, 저는 누구든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인데요. 총괄님이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과정을 보면 순간순간을 즐기고 돌파해가면서 현재에 이른 것으로 보이거든요. 혹시 그런 과정에서 부모님이 끼친 영향이 있으셨나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재촉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제가 저희 부모님이라면 저를 보며 참 답답했을 것 같은데요 (하하). 특히 20대 때는 뭐랄까... 저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있었던 거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안 하고 한량처럼 다니고. 외국에 나가 1년 워킹 홀리데이도 다녀오고. 그리고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조금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으셨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 중에 ‘응시가 존재를 조각한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님이 자신의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곤 하죠. 불안한 눈빛을 받는 것과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다른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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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전선희
재단법인 교육의봄 정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