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교육의봄은 지난 2022년 3월 29일부터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좋은 채용 기업 찾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역량에 집중하는 채용은 우리의 초중고 교육이 입시 위주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교육의봄은 앞으로 좋은 채용을 시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그 기업만의 대안적 채용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지난번 지마켓 글로벌에 이어, ‘엔픽셀’이라는 게임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이 회사는 올해 진행한 신입 공채 전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전혀 보지 않는 채용을 진행하여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으로 불릴 만큼 이미 탁월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인데요. 이번에 20여명을 뽑기 위한 첫 신입 공채에 무려 1,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출신학교,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IT업계 개발직군 채용은 파격적인 방식을 적용하지만 비개발직군은 그렇지 않은데 이 기업은 비개발직군 조차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5월 4일, 엔픽셀의 박세헌 경영지원총괄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강남 센터필드 웨스트 타워에 위치한 엔픽셀 사옥에서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가 진행하였습니다. 무려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의 중요 내용만 요약했으며, 아래 텍스트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 영상 속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세헌이라고 합니다. 현재 엔픽셀에서 인사를 포함한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고요. 현대자동차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네이버, 엔씨소프트,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의 기업을 경험했고 엔픽셀에 합류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Q. 이렇게 여러 직장을 옮기신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불안하지 않느냐 묻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제 일을 직장이 아닌 직업의 개념으로 봅니다. 저에게 있어서 직업은 HR 인사 관리 파트인데요. 여기서 저의 전문성을 살리고 싶고 그 일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답이 없는 변화무쌍한 영역에서 무엇인가 길을 찾는 것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보직이 자꾸 바뀌어 제 관심 영역을 발전시키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직장을 바꾸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Q. 게임 회사라고 하면 젊은이들은 열광하지만, 대체로 학부모들과 기성세대의 시선이 좀 냉담할 수 있잖아요. 게임 중독의 걱정도 있고요.
게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과거부터 있어왔지요. 그러나 게임 산업은 지금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문화 콘텐츠 수출에서 70%의 비중을 게임이 차지하고 있어요. 이용 연령층도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 한정되지 않고 지금은 40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고요. 어른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시지만, 그런 걱정을 하시는 부모님들도 드라마에 푹 빠져 계시지 않나요? (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얼마 전에 제가 굉장히 재미있는 통계를 하나 보았는데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그중 54%가 ‘나는 게임 중독이었다.’라고 답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그들은 ‘몰입’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도 심리 학자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뇌를 분석해봤더니 전두엽의 활성도가 상당히 높아진다고 하거든요.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어떤 일에 집중을 할 때 이 전두엽이라는 기관이 활성화되는 거라서 저는 조금 다르게 보면 게임도 우리가 집중하고, 몰입해서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중독이라는 표현보다는 몰입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중독의 문제는 ‘게임을 자기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라는 자기조절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네, 좋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 같기도 합니다. 그럼 회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엔픽셀은 2017년 9월에 창업해서 이제 만으로 4년 정도 된 신생 게임 회사입니다. 사실 게임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면서 스타트업이 아니라고들 얘기합니다. 왜냐면 과거 넷마블이라는 회사에서 ‘세븐나이츠’라는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팀원들이 새로 창업한 회사이기도 하고, 게임 업계에서는 워낙 경력이 깊으신 분들이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함께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저희가 만드는 게임은 MMORPG라는 장르이고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대형 장르입니다. 그래서 만 3년 동안의 제작 기간을 거쳐 첫 번째 게임인 ‘그랑사가’를 작년 1월에 출시해서 이제 1년이 좀 넘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NFT,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신기술들을 게임에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게임이라는 영역이 스토리, 프로그래밍, 디자인 같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분야이다 보니 채용 시에도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할 것 같네요.
맞습니다. 최근 게임의 장르가 다양화되고 규모도 커지면서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는데요. 저희가 서비스하는 게임 장르를 포함해서 요즘 웬만큼 많은 인원과 큰 자본력이 투입된 게임들을 저희는 ‘토탈 테크니컬 아트’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게임사들은 보통 배우 한 명 없이도 아주 정교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직군들이 있습니다.
우선 게임에 들어갈 다양한 요소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필요하고요.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를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게임 기획자들이 필요하죠. 이 세 가지 분야의 인력들이 게임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직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신입 공채에서도 채용을 진행했고요.
Q. 엔픽셀의 신입 공개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엔픽셀은 이번 신입 공채에서 지원자의 이름, 학력, 나이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보지 않는 역량 중심의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없이 오로지 직무별 포트폴리오만 평가했습니다. 즉, 디자인 직무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물을 제출하고요. 개발 직무는 코딩테스트와 코드 리뷰를, 기획 직무는 사전에 제시한 과제물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1차 과제 전형을 통과한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면접이 진행되었는데요. 1차 면접은 직무 면접으로 팀장급 실무자들이 참여해 직무에 필요한 지원자의 역량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2차 면접은 인성 면접으로 실장, 본부장급 임원들이 지원자의 업무에 대한 태도, 다양한 인성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요. 이때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이 협업 능력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팀워크 능력에 대한 부분을 인터뷰에서 집중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Q. 최근 IT 업계에서는 개발직군의 경우 출신학교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만, 비개발직군의 경우에는 과거와 같은 방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엔픽셀의 경우에는 비개발직군도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 업계에도 대기업들이 있거든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처럼 임직원만 몇천 명이 되는 회사들인데요. 게임 회사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에게는 당연히 그 회사들이 취업의 우선순위가 되겠죠. 우리 기관이 그런 유명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좀 더 차별화된 채용 전략으로 지원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었고요. 무엇보다 출신학교, 학력, 소위 서류상의 스펙이라는 것이 직무 성과와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이곳 산업 생태계 쪽에서는 다들 체감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특히 저희와 같은 게임 회사들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회사,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서류상의 스펙을 굳이 중요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시장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산업의 생태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과거 20세기에는 한 명의 인재보다 사실은 회사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게 해 주던 시대이다 보니까 누구를 뽑아도 교육만 잘하고 적응시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온라인에서 또다시 모바일 환경으로 급격하게 산업이 전환되면서 단 몇 년 만에 10조, 20조짜리 기업이 생겨나기도 하고, 5년,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이 몇십 년 된 기존의 전통적인 강자들을 이기기도 하고 심지어 인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당장 내년의 사업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서 기업들도 과거와 같은 채용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시대에 절대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채용 변화의 흐름이 생겨나게 되었고 저희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저희가 궁금한 것은, IT업계에서 그런 방식의 선진적 채용을 하는 것이 기업 전체로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기업 등도 이렇게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될까요?
저는 이런 방식의 채용이 IT업계만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소위 전통적인 대기업과 IT 기업의 구별이 의미가 있습니까? 신세계 백화점은 전통적인 대기업 유통회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쿠팡과 시장에서 부딪힐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습니까?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만드는 전통적 대기업이고 애플은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최근 영역을 파괴하고 애플카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전통 산업과 IT 산업의 영역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IT 기업이 이런 경쟁의 생태계 속에서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해 이런 파격적인 방식의 채용 제도를 도입한다 할 때, 전통적인 대기업이 이전의 채용 방식에 안주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로, 전통적 대기업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Q. 그렇다면, 엔픽셀에게 학벌은 어떤 의미인가요? 채용에서 일반적으로 학벌을 성실성과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요소라고 보는데요. 직무 역량도 중시하면서 학벌도 참고하면 된다는 입장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학벌은 최소한으로만 참고한다고 언급하는데요. 하지만, 최소한으로 참고하려는 그 요소들이 결국에는 채용 과정에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저도 공부를 잘한다는 것(학벌)이 성실성을 판단할 다양한 척도 중 하나라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 말이 공부를 못한다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거든요. 최근에는 공부도 하나의 적성일 뿐이라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즉, 공부를 못한다고 성실하지 못하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엘리트 체육선수들, 아마 공부 웬만큼 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더 성실할걸요?
그래서 저희는 채용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나 오류를 가질 수 있는 이름, 나이, 학력 등의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다른 것 필요 없이 과제 평가만 실시하게 된 것이죠. 개발자는 코딩테스트, 그래픽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 기획자는 본인이 작성한 시나리오만 받아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현업부서에서도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서 모두 좋다고 동의해주셨고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Q. 이번 신입 공채 결과에 대해 만족하시는지요?
애초에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이번 신입 공채를 통해 최종 22명이 합격을 했고 그중 20명이 현재 일하고 계시는데 이분들의 퍼포먼스가 훌륭합니다. 보통 저희가 3개월 수습 기간에 직무평가를 하면 경력직 분들도 대략 90점 초반 점수대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채로 선발되신 분들의 평균 점수가 95점 이상 나왔어요. 물론 경력직과 신입을 평가할 때 눈높이는 다릅니다만,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신입 공채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고 회사로서도 이번 채용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그런 블라인드 채용으로 다양한 분들이 뽑히게 되었나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인데요. 우선 최종적으로 이번에 입사하신 분들 중 고졸자와 대졸자의 비중이 반반 정도 됩니다. 정확히는 고졸자의 비중이 60% 정도로 더 높게 나타났어요. 대부분 특성화고와 같이 아예 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의 적성을 확실하게 찾아서 준비하신 경우가 많고, 대졸자들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된 전공이나 경험을 통해 직무 전문성을 쌓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출신학교의 분포도 매우 골고루 다양하게 나왔고요.
Q. 엔픽셀이 채용 과정을 통해서 어떤 인재를 뽑고자 합니까?
저희는 ‘협업 능력’을 중시합니다. 이 능력은 비단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회사들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한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일반적인 인재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협업해서 시너지를 계속 창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근 10년 동안에 산업계에 엄청난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불과 업력이 몇 년 안 되는 회사들이 갑자기 조 단위 가치가 되기도 하고 갑자기 외국계 기업과 인수합병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러한 엄청난 불확실성과 융합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의 경쟁력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협업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이든 필요로 하는 매우 중요한 역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에게 늘 하시는 얘기가 “네가 가장 소중해. 넌 어디 가서도 당당하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 이런 거거든요. 반면에 “네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해.” 이런 얘기를 하는 부모님들은 제 경험상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소리를 들으며 20년 넘게 제도적인 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나오는 소위 새로운 세대들은 나오자마자 어마어마한 혼란과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거죠. ‘내가 가정과 학교에서 배운 건 이건데, 왜 사회에서는 갑자기 그동안 내가 배우지 않았던 것들을 요구하지?’ 하면서 당황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관리자의 입장에서 면접을 볼 때 가장 매력적인 후보자가 누구냐면 이타성이 강한 지원자들입니다. ‘남 배려해라, 네가 한번 양보해라, 더 크게 돌아온다.’ 이런 사고가 어릴적부터 몸에 배어 있는 후보자들이죠. 결국에는 이런 분들이 조직에서 협업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성과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협업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이 또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협업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존중감 이런 부분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과 자기중심이 굳건할 때 발현되는 능력이니까요. 그런 분들이 결국 남에 대한 배려도 잘할 수 있고 학습에 있어서도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임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엔픽셀과 같이 학벌에 의존하지 않는 채용을 하는 기업이 우리 초중고 교육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이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단 학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자녀나 학생들을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거든요. 아버지는 제가 어떤 시도를 하면 “참 또 이상한 짓 하는구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한번 해 봐라!” 그렇게 제가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폭을 열어 주셨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님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대로 두셨어요. 간섭하지 않으셨다는 거죠. 어른이니까 당연히 간섭하고 싶을 거잖아요. 본인의 경험에 의해서는 분명 잘못된 선택일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 시행착오를 제가 겪게 두셨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 과정도 배움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시간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낭비했던 그 시간만큼 다 복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어릴 때부터 더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지마켓 글로벌에 이어, ‘엔픽셀’이라는 게임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이 회사는 올해 진행한 신입 공채 전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전혀 보지 않는 채용을 진행하여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으로 불릴 만큼 이미 탁월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인데요. 이번에 20여명을 뽑기 위한 첫 신입 공채에 무려 1,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출신학교,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IT업계 개발직군 채용은 파격적인 방식을 적용하지만 비개발직군은 그렇지 않은데 이 기업은 비개발직군 조차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5월 4일, 엔픽셀의 박세헌 경영지원총괄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강남 센터필드 웨스트 타워에 위치한 엔픽셀 사옥에서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가 진행하였습니다. 무려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의 중요 내용만 요약했으며, 아래 텍스트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 영상 속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세헌이라고 합니다. 현재 엔픽셀에서 인사를 포함한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고요. 현대자동차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네이버, 엔씨소프트,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의 기업을 경험했고 엔픽셀에 합류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Q. 이렇게 여러 직장을 옮기신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불안하지 않느냐 묻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제 일을 직장이 아닌 직업의 개념으로 봅니다. 저에게 있어서 직업은 HR 인사 관리 파트인데요. 여기서 저의 전문성을 살리고 싶고 그 일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답이 없는 변화무쌍한 영역에서 무엇인가 길을 찾는 것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보직이 자꾸 바뀌어 제 관심 영역을 발전시키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직장을 바꾸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Q. 게임 회사라고 하면 젊은이들은 열광하지만, 대체로 학부모들과 기성세대의 시선이 좀 냉담할 수 있잖아요. 게임 중독의 걱정도 있고요.
게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과거부터 있어왔지요. 그러나 게임 산업은 지금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문화 콘텐츠 수출에서 70%의 비중을 게임이 차지하고 있어요. 이용 연령층도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 한정되지 않고 지금은 40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고요. 어른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시지만, 그런 걱정을 하시는 부모님들도 드라마에 푹 빠져 계시지 않나요? (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얼마 전에 제가 굉장히 재미있는 통계를 하나 보았는데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그중 54%가 ‘나는 게임 중독이었다.’라고 답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그들은 ‘몰입’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도 심리 학자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뇌를 분석해봤더니 전두엽의 활성도가 상당히 높아진다고 하거든요.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어떤 일에 집중을 할 때 이 전두엽이라는 기관이 활성화되는 거라서 저는 조금 다르게 보면 게임도 우리가 집중하고, 몰입해서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중독이라는 표현보다는 몰입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중독의 문제는 ‘게임을 자기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라는 자기조절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네, 좋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 같기도 합니다. 그럼 회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엔픽셀은 2017년 9월에 창업해서 이제 만으로 4년 정도 된 신생 게임 회사입니다. 사실 게임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면서 스타트업이 아니라고들 얘기합니다. 왜냐면 과거 넷마블이라는 회사에서 ‘세븐나이츠’라는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팀원들이 새로 창업한 회사이기도 하고, 게임 업계에서는 워낙 경력이 깊으신 분들이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함께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저희가 만드는 게임은 MMORPG라는 장르이고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대형 장르입니다. 그래서 만 3년 동안의 제작 기간을 거쳐 첫 번째 게임인 ‘그랑사가’를 작년 1월에 출시해서 이제 1년이 좀 넘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NFT,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신기술들을 게임에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게임이라는 영역이 스토리, 프로그래밍, 디자인 같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분야이다 보니 채용 시에도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할 것 같네요.
맞습니다. 최근 게임의 장르가 다양화되고 규모도 커지면서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는데요. 저희가 서비스하는 게임 장르를 포함해서 요즘 웬만큼 많은 인원과 큰 자본력이 투입된 게임들을 저희는 ‘토탈 테크니컬 아트’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게임사들은 보통 배우 한 명 없이도 아주 정교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직군들이 있습니다.
우선 게임에 들어갈 다양한 요소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필요하고요.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를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게임 기획자들이 필요하죠. 이 세 가지 분야의 인력들이 게임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직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신입 공채에서도 채용을 진행했고요.
Q. 엔픽셀의 신입 공개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엔픽셀은 이번 신입 공채에서 지원자의 이름, 학력, 나이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보지 않는 역량 중심의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없이 오로지 직무별 포트폴리오만 평가했습니다. 즉, 디자인 직무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물을 제출하고요. 개발 직무는 코딩테스트와 코드 리뷰를, 기획 직무는 사전에 제시한 과제물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1차 과제 전형을 통과한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면접이 진행되었는데요. 1차 면접은 직무 면접으로 팀장급 실무자들이 참여해 직무에 필요한 지원자의 역량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2차 면접은 인성 면접으로 실장, 본부장급 임원들이 지원자의 업무에 대한 태도, 다양한 인성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요. 이때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이 협업 능력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팀워크 능력에 대한 부분을 인터뷰에서 집중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Q. 최근 IT 업계에서는 개발직군의 경우 출신학교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만, 비개발직군의 경우에는 과거와 같은 방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엔픽셀의 경우에는 비개발직군도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 업계에도 대기업들이 있거든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처럼 임직원만 몇천 명이 되는 회사들인데요. 게임 회사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에게는 당연히 그 회사들이 취업의 우선순위가 되겠죠. 우리 기관이 그런 유명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좀 더 차별화된 채용 전략으로 지원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었고요. 무엇보다 출신학교, 학력, 소위 서류상의 스펙이라는 것이 직무 성과와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이곳 산업 생태계 쪽에서는 다들 체감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특히 저희와 같은 게임 회사들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회사,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서류상의 스펙을 굳이 중요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시장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산업의 생태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과거 20세기에는 한 명의 인재보다 사실은 회사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게 해 주던 시대이다 보니까 누구를 뽑아도 교육만 잘하고 적응시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온라인에서 또다시 모바일 환경으로 급격하게 산업이 전환되면서 단 몇 년 만에 10조, 20조짜리 기업이 생겨나기도 하고, 5년,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이 몇십 년 된 기존의 전통적인 강자들을 이기기도 하고 심지어 인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당장 내년의 사업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서 기업들도 과거와 같은 채용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시대에 절대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채용 변화의 흐름이 생겨나게 되었고 저희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저희가 궁금한 것은, IT업계에서 그런 방식의 선진적 채용을 하는 것이 기업 전체로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기업 등도 이렇게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될까요?
저는 이런 방식의 채용이 IT업계만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소위 전통적인 대기업과 IT 기업의 구별이 의미가 있습니까? 신세계 백화점은 전통적인 대기업 유통회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쿠팡과 시장에서 부딪힐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습니까?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만드는 전통적 대기업이고 애플은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최근 영역을 파괴하고 애플카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전통 산업과 IT 산업의 영역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IT 기업이 이런 경쟁의 생태계 속에서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해 이런 파격적인 방식의 채용 제도를 도입한다 할 때, 전통적인 대기업이 이전의 채용 방식에 안주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로, 전통적 대기업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Q. 그렇다면, 엔픽셀에게 학벌은 어떤 의미인가요? 채용에서 일반적으로 학벌을 성실성과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요소라고 보는데요. 직무 역량도 중시하면서 학벌도 참고하면 된다는 입장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학벌은 최소한으로만 참고한다고 언급하는데요. 하지만, 최소한으로 참고하려는 그 요소들이 결국에는 채용 과정에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저도 공부를 잘한다는 것(학벌)이 성실성을 판단할 다양한 척도 중 하나라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 말이 공부를 못한다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거든요. 최근에는 공부도 하나의 적성일 뿐이라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즉, 공부를 못한다고 성실하지 못하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엘리트 체육선수들, 아마 공부 웬만큼 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더 성실할걸요?
그래서 저희는 채용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나 오류를 가질 수 있는 이름, 나이, 학력 등의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다른 것 필요 없이 과제 평가만 실시하게 된 것이죠. 개발자는 코딩테스트, 그래픽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 기획자는 본인이 작성한 시나리오만 받아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현업부서에서도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서 모두 좋다고 동의해주셨고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Q. 이번 신입 공채 결과에 대해 만족하시는지요?
애초에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이번 신입 공채를 통해 최종 22명이 합격을 했고 그중 20명이 현재 일하고 계시는데 이분들의 퍼포먼스가 훌륭합니다. 보통 저희가 3개월 수습 기간에 직무평가를 하면 경력직 분들도 대략 90점 초반 점수대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채로 선발되신 분들의 평균 점수가 95점 이상 나왔어요. 물론 경력직과 신입을 평가할 때 눈높이는 다릅니다만,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신입 공채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고 회사로서도 이번 채용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그런 블라인드 채용으로 다양한 분들이 뽑히게 되었나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인데요. 우선 최종적으로 이번에 입사하신 분들 중 고졸자와 대졸자의 비중이 반반 정도 됩니다. 정확히는 고졸자의 비중이 60% 정도로 더 높게 나타났어요. 대부분 특성화고와 같이 아예 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의 적성을 확실하게 찾아서 준비하신 경우가 많고, 대졸자들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된 전공이나 경험을 통해 직무 전문성을 쌓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출신학교의 분포도 매우 골고루 다양하게 나왔고요.
Q. 엔픽셀이 채용 과정을 통해서 어떤 인재를 뽑고자 합니까?
저희는 ‘협업 능력’을 중시합니다. 이 능력은 비단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회사들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한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일반적인 인재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협업해서 시너지를 계속 창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근 10년 동안에 산업계에 엄청난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불과 업력이 몇 년 안 되는 회사들이 갑자기 조 단위 가치가 되기도 하고 갑자기 외국계 기업과 인수합병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러한 엄청난 불확실성과 융합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의 경쟁력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협업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이든 필요로 하는 매우 중요한 역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에게 늘 하시는 얘기가 “네가 가장 소중해. 넌 어디 가서도 당당하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 이런 거거든요. 반면에 “네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해.” 이런 얘기를 하는 부모님들은 제 경험상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소리를 들으며 20년 넘게 제도적인 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나오는 소위 새로운 세대들은 나오자마자 어마어마한 혼란과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거죠. ‘내가 가정과 학교에서 배운 건 이건데, 왜 사회에서는 갑자기 그동안 내가 배우지 않았던 것들을 요구하지?’ 하면서 당황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관리자의 입장에서 면접을 볼 때 가장 매력적인 후보자가 누구냐면 이타성이 강한 지원자들입니다. ‘남 배려해라, 네가 한번 양보해라, 더 크게 돌아온다.’ 이런 사고가 어릴적부터 몸에 배어 있는 후보자들이죠. 결국에는 이런 분들이 조직에서 협업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성과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협업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이 또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협업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존중감 이런 부분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과 자기중심이 굳건할 때 발현되는 능력이니까요. 그런 분들이 결국 남에 대한 배려도 잘할 수 있고 학습에 있어서도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임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엔픽셀과 같이 학벌에 의존하지 않는 채용을 하는 기업이 우리 초중고 교육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이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단 학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자녀나 학생들을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거든요. 아버지는 제가 어떤 시도를 하면 “참 또 이상한 짓 하는구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한번 해 봐라!” 그렇게 제가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폭을 열어 주셨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님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대로 두셨어요. 간섭하지 않으셨다는 거죠. 어른이니까 당연히 간섭하고 싶을 거잖아요. 본인의 경험에 의해서는 분명 잘못된 선택일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 시행착오를 제가 겪게 두셨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 과정도 배움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시간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낭비했던 그 시간만큼 다 복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어릴 때부터 더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채용공고 바로가기
글·편집 송효인
재단법인 교육의봄 정책연구팀